어느 날, 엄마가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.책상 위에는 손때 묻은 작은 노트 한 권과 낡은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.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채 편지를 펼쳤다."우리 딸, 엄마는 잠깐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.너를 만나기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거든.이제는 좀 쉬어도 될 것 같아서, 나를 찾지 말고 기다려줘.너는 이제 엄마 없이도 잘할 수 있는 아이니까.사랑해.엄마가."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. 엄마가 여행을 간다고? 그럴 리가 없었다. 엄마는 한 번도 나를 두고 떠난 적이 없었다. 엄마의 삶은 늘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니까.냉장고를 열어 보았다. 반찬통이 텅 비어 있었다. 엄마가 떠나기 전날까지 채워두던 밥상이 사라진 것이 이상했다. 세탁기 안에도 엄마의 옷이 없었다.정말 떠난 걸까? 엄..